
본 문서는 자캐 커뮤니티 「天路歷程: 상실의 시대」, @Pilgrim_Pd의 세계관 문서입니다.
신청서 제출 전 본 문서 정독을 필수로 요하고 있는 점 안내 드립니다.

Trigger warning.| 사망, 실종, 인신공양 요소 및 그에 대한 묘사


입학
예수가 이 행성에 난 지 어느덧 2070년 째.
수 백명의 예언가가 종말을 고하고 수 천개의 별의 찌꺼기가 지구를 비껴지나가는 동안에도 인류는 멀쩡히 이 땅의 주인으로서 발을 딛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영원불변의 진리인 것이 틀림 없습니다… 그래야만 했습니다.
회상하자면 때는 2059년. 우리들의 탄신년. 사람들이 사라졌습니다. 감쪽같이. 누군가는 이상한 말과 행동을 반복하다 죽어갔습니다. 문명이 화려히 꽃 핀 현대에서는 짐작도 하지 못 할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불안과 공황이 온 사회를 훑습니다. 이상한 일들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로 11년 째가 되겠습니다. 이상한 일은 끊이지를 않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호그와트로 첫 걸음을 내딛는 이 날까지도.
열차에서 뛰어내리려 하는 이가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플랫폼으로 열차가 들어옵니다. 열차를 향해 몸을 던지는 이가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호그와트에 도착하기 전에 눈을 조금 붙이세요.


소문
곳곳에서 이상현상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습니다.
예언자 일보는 이상현상에 대한 기사를 매일 같이 써 내리느라 바쁩니다. 단순한 네시 따위가 아니라, 좀 더 심오하고 천문학적인… 가령 호그와트에 출몰하는 괴이한 생물 같은 것 말입니다. ‘그것’은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것’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그것’의 얼굴을 본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 되었죠?
… … 요컨대 호그와트는 가장 안전한 장소입니다. 우리는 수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그것을 진리라고 명명했습니다. 호그와트는 안전할 것입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호그와트를 찾아주세요. 감히 의심해서는 안 되는 진리가 이 곳에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할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를 감히 해치지 아니 합니다. 그저 지켜볼 뿐…


진리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요즘 떠도는 소문이 참 흉흉하기 그지없습니다. 다이애건 앨리 한복판에 세워졌던 그 괴이한 조형물을 기억하십니까? 마치 제단의 모습을 했던 그 조각상은 다이애건 앨리의 중심에 서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제는 다이애건 앨리 뿐만이 아니라 이 사회 곳곳에 세워져 있습니다만… 아무튼 그 제단과도 같은 조형물을 도대체 누가 왜 세웠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실종되는 사람들이 그 곳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 우리의 옆에서 살아 숨 쉬던 그들은 이제는 평온한 얼굴을 하고 그저 덩어리만으로 잔존합니다. 숨이 말라붙은 허파 박동 않는 심장 뜨이지 않는 눈꺼풀 점점 물러지는 살가죽 (중략) 그들은 시체의 조건을 모두 충족한 채 산 사람의 얼굴로 누워있습니다. 산 사람의 얼굴은 시체가 되어, 시체는 곧 산 사람의 미래인 동시에 잔재이고, 죽음이란 결국 삶의 종결, 완벽한 끝. 아, 혼란스러운 이야기들이 뇌를 헤집습니다. 대체 누구의 소행일까요?
부르짖어 그들의 응답을 바라건대, 우리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스러운 일들은 곧 우리 눈 앞에 도래할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대공황이 역습합니다. 사회에 만연한 불안감과 위태로운 현재를 누군가가 재건해주어야합니다. 영웅의 출현과 새로운 세계의 도래를 바라고 있습니까. 이 혼란 속에서도 ‘그것’은 여전히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눈동자가 우리를 응시합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눈동자는 우리를 사랑합니다. 우리는 사랑받고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불멸의 진리가 우리를 사랑합니다.


종말
종말이 우리에게 내려오려나 봅니다.
이상한 일들은 끊이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옛 성현들이 말씀하셨던 대종말인 듯 합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사라지고 죽어나가고 하늘은 내려앉고 별이 열리고 달은 뒷모습을 보입니다. ‘그것’은 여전히 호그와트에 있을까요? 졸업식 때를 떠올려보면, 우리는 열차를 타고 가장 안전한 곳을 떠나며 ‘그것’과 눈이 마주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늘이 무너진다면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누군가가 천공에서 중얼였던 것을 모두가 들었습니다. 천지가 진동하고 만인이 목소리에 집중했습니다.
제단에 사람을 바쳐라. 제단에 사람을 바쳐라. 제단에 사람을 바쳐라. 제단에 사람을 …
인류는 그 목소리를 신으로 떠받들고 그 저주와도 같은 중얼거림을 신탁으로 모시기로 작정합니다. 갈 데 없는 비운의 생명체는 결국 종교에 매달립니다. 우리는 고등한 생물이므로 믿고 의지할 것은 많고도 많습니다. 제자백가부터 시작하여 여러 군데로 빠졌던 철학과 사상과 신념들은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한데 엉킵니다. 목소리는 우리의 구원일 것입니다. 언뜻 사이비처럼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소용없습니다. 열반에 오르고 서방세계로 향하는 것과 하나님의 나라로 가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세계 종말과 무너지는 하늘. 달의 뒷부분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지옥도인 것도 같습니다.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라고들 합니다. 인류의 삶은 무저갱입니다. 우리는 벗어나야 합니다.


언약의 대가
때가 도래합니다.
최근 들어 인류의 가장 큰 논쟁거리는 신탁이었습니다. 대종말을 막기 위해 철혈은 필요한 것일까요. 하늘이 유독 푸르러보입니다. 어지러울 정도의 푸른빛이 구역질을 자아냅니다. 우리의 삶을 무저갱에서 꺼내줄 것은 초현실적인 존재인지 아니면 우리 스스로인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가 현신하였다 한들 결국에는 인류의 손으로 스스로 일구어낸 땅입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바라건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그
렇다면 신이든 신탁이든 운명을 좌우할 초월의 존재 따위는 인류문명사에서 필요가 없다는 뜻일까요?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설령 종말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태초에 함께하였으니 종말에도 그 운명을 같이 하는 게 곧 필연입니다.권세와 영광이 이 땅에 영원히 있기를-
초월의 존재가 우리를 바라봅니다. 운명에 마주합니다.
범우주적 존재가 이르되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피와 목숨 곧 언약의 대가일 것입니다. ‘그것’이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입니다.
사랑하는 우리에게 운명의 칼을 쥐어주겠노라.

프로미시오
대종말을 막아야합니다. 이 곳 무저갱에서 신의 목소리는 생명줄과 다를 것도 없습니다. 피로 얼룩진 생의 연장이라하더라도 살 사람은 살아가야합니다. 거룩하고 숭고한 희생이 곧 우리의 터전을 다시금 닦아줄 것입니다. 이 땅에서 희생 없는 발전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철혈만이 우리를 살아 숨쉬게 해 줄 것입니다. 천공의 신이 우리 곁에 함께하십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신탁을 실현해 보일 것입니다.
영광의 인류여, 영원하라.

리베르타스
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피를 강요하는 신은 있더라도 악신입니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신에게 구원받았다 말하지만 결국에는 인간 스스로가 구원한 것입니다. 허무맹랑한 일에 더 이상의 피를 흘릴 수는 없습니다. 설령 이 끝이 대종말이라 할지라도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우리는 별의 자식들로 세계가 한 차례 뒤집히고 무수한 생이 꺼져가는 순간에도 함께할 것입니다. 신탁은 실현 되어선 안 됩니다.
정의로운 광명이여, 도래하라












